2026년 3월 18일 개봉한 <프로젝트 헤일메리>가 로튼 토마토 신선도 95%를 기록했습니다. 저는 일단 우주 배경 영화라면 극장에서 보자는 스타일인데, 이번에도 기대 반 걱정 반으로 극장을 찾았습니다.

우주영화인데 전투 장면은 없다
저는 스타워즈 세대라 우주 하면 자연스럽게 멋들어지게 생긴 우주선들이 레이저를 쏘며 전투하는 장면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그런 류의 작품은 아닙니다. 영화는 중학교 과학교사 출신인 라일랑드 그레이스가 기억을 잃은 채 우주선에서 깨어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여기서 '아스트로파지(Astrophage)'라는 미지의 미생물이 핵심 소재로 등장하는데, 이는 태양 에너지를 흡수해 지구를 얼어붙게 만드는 존재를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지구 멸망의 원인이자 해결책의 실마리입니다.
이 영화의 감독인 필 로드와 크리스토퍼 밀러는 레고 무비와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로 유명한 콤비입니다(출처: IMDb). 그들의 연출 스타일은 무거운 주제를 경쾌하게 풀어내는 데 특화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영화를 보면 지구 멸망이라는 심각한 상황을 다루면서도 주인공과 외계인 로키의 소소한 에피소드가 중심을 이룹니다. 스펙터클한 우주 전투를 기대했다면 다소 실망할 수 있는 구성입니다.
제가 직접 아이맥스관에서 관람했는데 우주 공간 표현만큼은 정말 압도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스토리는 인터스텔라와 그래비티 중간 어디쯤 위치한 느낌이라고 할까요. 액션보다는 서정적인 면이 강조됩니다.
라이언고슬링과 로키의 케미
라이언 고슬링은 이 영화에서 거의 원맨쇼를 펼칩니다. 영화 러닝타임 156분 중 절반 이상을 혼자 이끌어가는데, 평단에서는 이를 두고 "그의 커리어 사상 최고의 퍼포먼스"라고 평가했습니다(출처: Rotten Tomatoes). 솔직히 저는 라이언 고슬링을 그닥 임팩트 있는 배우로 기억하지 않았는데, 이번 작품을 계기로 생각이 바뀔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은 외계인 '로키'입니다. 로키는 에리디언 성계에서 온 존재로, 지구인과 전혀 다른 생김새를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서 '모션 캡처(Motion Capture)'라는 기술이 활용되는데, 이는 배우의 움직임을 디지털로 옮겨 가상 캐릭터를 구현하는 방식입니다. 제임스 오티즈가 실물 크기 퍼펫과 결합된 모션 캡처로 로키를 연기했는데, 결과물이 놀라울 정도로 자연스럽습니다.
보는 내내 암석 포켓몬이 생각나더군요. 사람들이 개봉 전부터 '돌멩이'라고 부르던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로키가 귀엽게 나오는 장면들이 많은데, 이 둘의 우정을 쌓아가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감정선이 영화의 백미입니다. 언어도 통하지 않는 두 존재가 과학이라는 공통분모로 소통하는 모습은 우화적이면서도 뭉클합니다.
주요 볼거리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라이언 고슬링의 혼자 떠받치는 연기력
- 로키와의 비언어적 소통 장면
- 아이맥스로 봐야 제맛인 우주 공간 연출
- 복잡한 과학 용어를 시각적으로 쉽게 풀어낸 각본
밋밋한 스토리가 아쉽다
영화는 북미에서만 오프닝 주말 6,5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2026년 최고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제 개인적인 평가는 조금 다릅니다. 스토리가 예상보다 밋밋하게 흘러갑니다. 한 사람의 희생으로 다수를 구한다는 플롯은 이미 아마게돈 등에서 여러 번 봐온 익숙한 클리셰입니다. 딱히 참신하거나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는 전개는 아닙니다.
여기서 '편도행 미션(One-way Mission)'이라는 개념이 나오는데, 이는 돌아올 수 없음을 각오하고 떠나는 임무를 뜻합니다. 주인공 그레이스는 자신이 이런 자살 미션에 투입되었다는 사실을 영화 중반에야 깨닫습니다. 이 설정 자체는 극적이지만, 이미 많은 SF 영화에서 사용된 공식이라 신선함은 떨어집니다.
제 경험상 우주 영화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뉩니다. 듄이나 스타워즈처럼 선과 악이 명확한 전투물, 아니면 인터스텔라처럼 인간 내면을 파고드는 철학적 작품.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후자 쪽에 가까운데, 그마저도 중간 지점에서 어정쩡하게 머무는 느낌입니다. 지구 멸망이라는 거대한 배경을 깔아놨지만, 정작 영화는 그레이스와 로키의 소소한 일상에 집중합니다. 이게 장점일 수도 있지만, 저는 조금 더 스펙터클한 전개를 기대했기에 아쉬움이 남습니다.
결말 부분은 나름 뭉클합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예측 가능한 범위 안에서 이야기가 흘러갑니다. 아카데미 후보작으로 거론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제 생각엔 작품성보다는 기술력이 더 높이 평가받을 것 같습니다.
정리하면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볼만한 영화입니다. 특히 아이맥스로 보면 우주 공간의 압도적인 스케일을 제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다만 스타워즈식 전투나 아마게돈식 스펙터클을 원한다면 기대치를 낮추고 가는 게 좋습니다. 라이언 고슬링과 로키의 우정에 집중하며 보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작품입니다.